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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초량동의 평산옥, 그리고 전포의 먼스커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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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의 부산이다. 오년간 생활했던 부산에서의 삶이 콧속에 아직 겹겹이 있는지, 아직도 여기에서의 숨결이 평온하다. 아내는 저녁 퇴근 후 따로 내려와서, 낮에는 먼저 혼자 가보고싶었던 공간들을 방문해보았다. 시간은 오후 한시, 나른하고 따뜻한 봄날의 기온이다.    먼저 방문한곳은 [평산옥].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쪽 작게 위치한 식당이다. 메뉴는 단촐하게 수육과 국수 뿐인데, 촉촉하게 삶아져 회처럼 얇게 저며진 살코기와 지방이 여러가지 소스 그리고 반찬들과 조화롭다. 새콤한 겨자소스에 찍어먹을 때, 쌈장을 찍은 마늘 한 쪽과 함께 먹을 때, 그리고 슴슴하게 무쳐진 부추김치와 함께 먹을 때 모두 다 다른 맛처럼 느껴져서 단촐한 메뉴 하나가 아니라 오히려 코스처럼 느껴진다. 달랑 삼천원짜리 따뜻한 국수 한그릇이 슴슴함을 채워주는데, 너털웃음이 절로 날 정도로 별볼일 없는 한 그릇을 껴안고 있으니 시장에 온 것 같기도, 시골 외할머니댁에 온 것 같기도하다. 혼자서 병맥주를 콜콜콜 따라마시니 취기가 금방 올라오는데, 옆자리 할아버지들의 옛날 옛적 안기부 얘기마저도 안주거리로 함께 삼켜가며 보내는 시간이 꽤나 사치스럽다. 한병을 다 마시기엔 내 취기가 지나치게 사치로워서 한 잔치, 남겨두고 발걸음을 옮긴다.  [먼스커피바]는 내려오는 열차에서 찾아보았던 공간이다. 을지로같은 감성을 가진 부산의 전포 부근에 있는데, 제일 붐비는 한복판에선 조금 떨어져있는 작은 동네, 그 중에서도 작은 언덕에 위치해 있다. 고심해서 골라내었을듯한 싱글오리진 원두 메뉴들도 많았고, 그와 잘 어울릴만한 디저트도 종류도 여럿 있었다. 구옥 가정집이었을것으로 예상되는 건물을 개조했는데, 디귿자 바테이블을 유유히 오가는 바리스타가 방문객들을 응접했다. 음료를 정성스레 내려주고, 원두와 향미에 관한 설명들을 충분히 풀어내는 모습이 꽤나 긴 학습과 연습으로 만들어졌을 것을 생각하면 아련하기도하고. 일상의 한 순간을 값진 기억으로 남겨주려는 그 기운덕에 커피가 더 달...

불편함을 잊는 공간과 몰입. 군자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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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걷다 보면, 혹은 손품을 팔다 보면 정말 방문해보고 싶은 카페가 많다. 그중 상당수는 인테리어와 목공에 큰 돈은 안들었겠다 싶은 마음도 드는데, 바테이블과 딱딱하고 작은 시트의 의자, 혹은 벤치들도 예산에 딱 맞게 준비했을 모습이 그려진다. 스타벅스같은 프랜차이즈 카페들, 혹은 교외에 있는 큰 카페들이 주는 큰 공간감과 비교적 편안한 시트들, 대리석이나 타일이 연상되는 반짝거림과는 상반된 모습이기도 하다. 러프한 재질감, 얇은 목재들. 작은 공간과 오밀조밀한 배치들. 집으로 치면 오피스텔보다는 원룸, 신도시의 아파트보다는 작은 3층 벽돌식 구옥 다세대주택의 집이 떠오르는 그런 공간들이다. 요상하게도 그런 카페들에 더 발길이 간다. 한잔 한잔을 정성스레 내려주는 바리스타들의 정성때문인지 혹은 같은 공간과 취향에 모여든 사람들과의 유대감때문인지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공간이 주는 심리적 편안함도 꽤나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2월 어느날에는 혼자 군자로 향했다. 방문해보고 싶었던 [연필]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주민센터가 있는 작은 동네에 위치한 그 곳에서, 한 자리를 앉기 위해 10분이상 기다려야했고 바 한켠에 앉아 딱딱하고 작은 바스툴에 올라 앉아야 했다. 계산대에서는 원하는 원두의 향을 맡아볼 수 있었고, 주문을 하고 나서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평일 낮, 혼자 근무하시는 바리스타는 앞선 주문들을 마치고나서 내 커피 한 잔을 내려주셨고 주문하고 커피를 받기까지도 아마 10분정도는 걸렸을것이다. 헌데 신기하게도 그 과정들과 환경이 불편하지 않고 바리스타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자신들의 얘기를 쏟아내는 사람들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커피는 감미롭고 디저트는 달콤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거의 두시간 가량을 그 공간에 녹아있다 집을 향해 나섰다. 그 사이 불편함은 잊혀졌고 온전히 내 시간에 대한 몰입이 있었다. 한바탕 낮잠을 잔 것 같은 평온햠과 함께. 동네마다 그런 공간을 하나 둘 모아보는 재미가 있는 ...

애락이 프리츠보다 더 궁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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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6일, 한낮에도 영하 3,4도를 밑도는 추운 겨울날 홀로 신당동을 찾았다. 전날 한 영상에서 (내 맘속에서 동갑내기 친구인) 안스타의 추천을 받은 애락이라는 카페를 방문해보기 위해서였다. 주택가이기도, 봉제실 공장이 모여져있기도 한 그 낮고 작은 동네 언덕배기 위, 아주 작게 위치한 곳이었다. 애락은 평일 오후 세시에도 이미 만석이었다. 휴무일의 소중한 오후를 이곳을 경험하기 위해 소비했기에, 자리를 잡을 수 없음이 굉장히 아쉬웠다. 커피 두잔쯤은 느긋하게 마셔보고 가고싶었는데. 하우스 블렌드 필터커피를 포장으로 한 잔 시켜두고, 내부를 둘러봤다. 열석 남짓한 그 작은 공간에 옆사람과 어깨붙여 앉아있어도 다들 느긋해보였다. 한 사람은 한뼘밖에 안되는 테이블에 노트를 올려두고 무언가 열중해서 쓰고있었다. 바로 앞의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있기에, 그 사람은 모든 메뉴의 향을 맡아볼 수 있겠지.  테이크아웃 커피를 받아들고 길을 나섰다. 적당한 온도로 내려진 커피는 호로록 마시기에 적당했다. 맛도 적당했다. 대중적일 수 있는 맛에 약간의 복숭아향이 덧입혀진, 포장가 5천원에는 훌륭한 맛의 커피였다. (V60에 비이커 타입 서버, 추출 후 가수) 하지만 포장된 커피만으로 한시간 거리만큼의 행복감을 느끼기엔 아쉬웠다.  그래서 총총 다시 길을 나섰고, 다음 목적지는 프리츠 장충점이었다. 프리츠 원서점은 내가 (아마도) 처음으로 방문했던 스페셜티 커피샵이었을테고, 항상 즐거운 기억을 주는 곳 이기에 새로 생긴 장충점도 기대가 되었다. 원서점의 공식을 따라 좌석건물이 따로, 주문과 조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그리고 첫 번째 기억은, 이게 무슨냄새지?  장충점은 조리 음식도 함께 파는 공간이었다. 파스타와 스프같은 따뜻한 음식. 그리도 따뜻한 향. 카페에서는 전혀 기대치 않았던 낯선 향이 먼저 느껴지니, 조금은 어색함과 불편함이 느껴졌다. 바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자켓을 벗고, 이동해서 커피를 주문했다. 직접 빵을 골...

2025년 5월 12일. 군자역에서 용마산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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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남에서 주황색 버스를 타고 30분여 달려왔다. 가고 싶은 식당이 있었지만, 오전 열한시부터 오픈런으로 가기엔 괜히 민망스러워 동네를 한 바퀴 먼저 돌아보았다. 아직 하늘이 많이 보이는 낮은 건물들이 많은 동네였고 월요일엔 꽤나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30년은 족히 넘어보이는 벽돌집들 사이사이로 새로 지은 상업건물과 빌라들이 자리잡은 곳. 수요가 있을까 싶을정도로 조용한 이 동네에서 월요일의 낮시간을 걸어보았다.  유 니드 라멘 (YOU NEED RAMEN)  닭고기 육수로 만들어진 파이탄이라는 낯선 이름의 요리와 탄탄멘, 단 두개의 주메뉴를 내어주는 라멘집이었다. 식사양이 적은 나로서는 처음 가는 식당에선 되도록 시그니처와 같은 메뉴 단 하나만을 시도하는 편이며, 특히나 라멘집에서는 면추가도 고명추가도 지양한다. 딱 한 그릇이 주는 적당한 만족감을 즐기는데, 오늘처럼 마음먹고 쉬러 나온 평일에는 맥주도 한 잔 곁들이곤 한다.  작은 아사히 병맥주가 먼저 나왔고 입맛을 씁쓸하게 돋구고나니 바로 뽀얀 거품이 눈에띄는 라멘 한 그릇을 대접받았다. 국물은 마치 닭백숙을 삶고나서 국물만 따로 덜어내어 진득하니 졸인것같은 냄새와 모양이었고, 면은 밀면보다 살짝 두꺼운정도로 중간중간 갈색 을 띄는것이 마치 밥으로치면 잡곡밥을 연상케하는 감칠맛과 쫄깃함을 내었다. 고명으로 얹혀진 닭고기는 부드럽게 삶아내어 잘라낸 스테이크처럼 올려져있었고, 면보다도 쉽게 녹아지는 식감이 꽤나 즐거웠다. 국물은 다소 짭짤했지만, 맥주와 함께 호로록 마시다보면 그 행복감의 월요일의 한낮치곤 지나치게 사치스러웠다.  인 마이 험블 커피 (In my humble coffee)  적당히 배가 부르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생각났다. 너무 많은 거리를 이동하고 싶지 않아, 지도에서 보이는 바로 옆 까페로 이동했다. 날이 좋아 바깥 벤치에 자리를 잡아 가볍게 커피 한 잔 하며 다음 목적지를 한 디저트가게로 정했다. 2차까페를 위해 긴 시간 지체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