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잊는 공간과 몰입. 군자 [연필]

 길을 걷다 보면, 혹은 손품을 팔다 보면 정말 방문해보고 싶은 카페가 많다. 그중 상당수는 인테리어와 목공에 큰 돈은 안들었겠다 싶은 마음도 드는데, 바테이블과 딱딱하고 작은 시트의 의자, 혹은 벤치들도 예산에 딱 맞게 준비했을 모습이 그려진다. 스타벅스같은 프랜차이즈 카페들, 혹은 교외에 있는 큰 카페들이 주는 큰 공간감과 비교적 편안한 시트들, 대리석이나 타일이 연상되는 반짝거림과는 상반된 모습이기도 하다. 러프한 재질감, 얇은 목재들. 작은 공간과 오밀조밀한 배치들. 집으로 치면 오피스텔보다는 원룸, 신도시의 아파트보다는 작은 3층 벽돌식 구옥 다세대주택의 집이 떠오르는 그런 공간들이다. 요상하게도 그런 카페들에 더 발길이 간다. 한잔 한잔을 정성스레 내려주는 바리스타들의 정성때문인지 혹은 같은 공간과 취향에 모여든 사람들과의 유대감때문인지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공간이 주는 심리적 편안함도 꽤나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2월 어느날에는 혼자 군자로 향했다. 방문해보고 싶었던 [연필]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주민센터가 있는 작은 동네에 위치한 그 곳에서, 한 자리를 앉기 위해 10분이상 기다려야했고 바 한켠에 앉아 딱딱하고 작은 바스툴에 올라 앉아야 했다. 계산대에서는 원하는 원두의 향을 맡아볼 수 있었고, 주문을 하고 나서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평일 낮, 혼자 근무하시는 바리스타는 앞선 주문들을 마치고나서 내 커피 한 잔을 내려주셨고 주문하고 커피를 받기까지도 아마 10분정도는 걸렸을것이다. 헌데 신기하게도 그 과정들과 환경이 불편하지 않고 바리스타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자신들의 얘기를 쏟아내는 사람들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커피는 감미롭고 디저트는 달콤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거의 두시간 가량을 그 공간에 녹아있다 집을 향해 나섰다. 그 사이 불편함은 잊혀졌고 온전히 내 시간에 대한 몰입이 있었다. 한바탕 낮잠을 잔 것 같은 평온햠과 함께. 동네마다 그런 공간을 하나 둘 모아보는 재미가 있는 요즘이다.
2026. 02. 25. 군자 [연필]의 보늬밤과 필터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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