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2일. 군자역에서 용마산역까지.

 하남에서 주황색 버스를 타고 30분여 달려왔다. 가고 싶은 식당이 있었지만, 오전 열한시부터 오픈런으로 가기엔 괜히 민망스러워 동네를 한 바퀴 먼저 돌아보았다. 아직 하늘이 많이 보이는 낮은 건물들이 많은 동네였고 월요일엔 꽤나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30년은 족히 넘어보이는 벽돌집들 사이사이로 새로 지은 상업건물과 빌라들이 자리잡은 곳. 수요가 있을까 싶을정도로 조용한 이 동네에서 월요일의 낮시간을 걸어보았다.


 유 니드 라멘 (YOU NEED RAMEN)

 닭고기 육수로 만들어진 파이탄이라는 낯선 이름의 요리와 탄탄멘, 단 두개의 주메뉴를 내어주는 라멘집이었다. 식사양이 적은 나로서는 처음 가는 식당에선 되도록 시그니처와 같은 메뉴 단 하나만을 시도하는 편이며, 특히나 라멘집에서는 면추가도 고명추가도 지양한다. 딱 한 그릇이 주는 적당한 만족감을 즐기는데, 오늘처럼 마음먹고 쉬러 나온 평일에는 맥주도 한 잔 곁들이곤 한다.





 작은 아사히 병맥주가 먼저 나왔고 입맛을 씁쓸하게 돋구고나니 바로 뽀얀 거품이 눈에띄는 라멘 한 그릇을 대접받았다. 국물은 마치 닭백숙을 삶고나서 국물만 따로 덜어내어 진득하니 졸인것같은 냄새와 모양이었고, 면은 밀면보다 살짝 두꺼운정도로 중간중간 갈색 을 띄는것이 마치 밥으로치면 잡곡밥을 연상케하는 감칠맛과 쫄깃함을 내었다. 고명으로 얹혀진 닭고기는 부드럽게 삶아내어 잘라낸 스테이크처럼 올려져있었고, 면보다도 쉽게 녹아지는 식감이 꽤나 즐거웠다. 국물은 다소 짭짤했지만, 맥주와 함께 호로록 마시다보면 그 행복감의 월요일의 한낮치곤 지나치게 사치스러웠다.




 인 마이 험블 커피 (In my humble coffee)
 적당히 배가 부르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생각났다. 너무 많은 거리를 이동하고 싶지 않아, 지도에서 보이는 바로 옆 까페로 이동했다. 날이 좋아 바깥 벤치에 자리를 잡아 가볍게 커피 한 잔 하며 다음 목적지를 한 디저트가게로 정했다. 2차까페를 위해 긴 시간 지체하지 않고 이동했고, 여러 귀여운 장소들을 만났다. Hizashi리는 일본식 펍을 보았는데, 한 건물의 귀퉁이에 자리한 입구와 주황색 간판이 눈에 띄는 작은 공간이었다. 동네에 자리한지 오래 된 것 같은 어린이집에서는 유모차와 씽씽이들이 알록달록 주차되어 있었다. 성당같은 곳이 보여 잠시나마 내부를 구경할 수 있을까 서성이다가, 용기내어 내부를 들어갔더니 건물에서 선한 인상의 관리인께서 나와 물으신다. “신부님 이신가요?” 나는 대답한다. “아뇨, 동네 산책하다가 성당인가 싶어서 들어와봤습니다. 안을 구경해도 되는건가요?” 관리인은 다시, “하하 이곳은 신부님들이 묵으시는 숙소입니다. 외부인께선 구경이 어려우세요.” 나는 머쓱하게 죄송함과 실례했음을 표시하곤 곧바로 나왔지만, 용기내어 들어간 스스로가 기특했다. ‘홍병철관’이라고 지도에는 검색이 되는데, 꽤나 큰 부지에 천주교 관련 여러 부처가 함께 위치한 곳 인것 같다. 평화로운 동네에 어울리는 평화로운 느낌의 공간이었는데, 왜인지 모르게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따우전드 (Thousand)
 그렇게 이동하여 다음 목적지인 [따우전드]에 도착했다. 미국식 파이를 판매하는 곳들로, 다양한 종류의 파이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처음 왔기에 시그니처가 무엇인지 물었고, 추천해주신 바나나 크림 파이와 펌킨파이 중 바나나 크림 파이를 도전했다. 매그놀리아에서 먹어본 바나나맛 푸딩이 떠오르는, 특별히 다름이 없는 파이이긴 했지만 동네와 공간이 주는 느낌이 자연스러워서 그런가 특별히 불편함 없이 여유로움을 배가시켜주는 곳이었다. 몇가지 포장해서 가고 싶었지만, 마지막 목적지를 들렀다가 가기에는 파이가 버텨내기엔 다소 후덥지근한 날씨였기에 다음을 기약하고 길을 나섰다.

 면목늘푸른동아아파트 그리고 경남아너스빌아파트
 마지막 목적지는 면목늘푸른동아아파트 그리고 경남아너스빌아파트 두 단지였다. 일년즈음 이후 이사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취미삼아 네이버부동산을 통해 궁금한 동네의 아파트들을 추려보곤 하는데, 위 두 단지의 위치와 가격이 마음에 들어 이참에 들러보고 싶었다. 크지 않은 규모의 단지였지만, 조용한 동네의 분위기도 아기자기하면서 정갈한 단지의 조경도 마음에 들어, 아내에게 넌지시 알려줄만한 발견에 뿌듯한 마음으로 동네산책을 마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