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운동으로 다친 왼쪽 어깨를 보완하기 위해 재활의학과를 꽤나 오래다녔다. 치료사님은 나에게, 어깨에 압박과 눌림을 주지 않도록 일상생활에서 주의하라는 조언을 주었다. 잠을 잘 때에도 옆으로 자지 않고, 가방은 가능한 왼쪽어깨에 과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하라고. 백팩을 주로 사용하라고. 그러고보니 백팩을 메고 다닌지 꽤 오래됐다. 크로스백은 몸을 압박해서 답답하고, 백팩은 왜인지 너무 학생같은 느낌이거나 반대로 너무 직장인같은 느낌이 든달까. 매번 숄더백이나 토트백을 사용한지 오래되었는데. 그러고보니 항상 숄더백을 멜 땐 한쪽어깨를 위로 치켜올리거나 무게때문에 자꾸 처지는 내 자신이 다시보였다.
치료사님의 조언대로 백팩을 메어야겠다는 생각에 옷장을 뒤졌다. 안쓰는 옷은 비교적 그때그때 처분하는 편이고, 액세서리도 마찬가지인지라 집에 이미 내 백팩은 하나도 남아있질 않았다. 대신 아내의 몽벨[Montbell] 경량백팩이 눈에 띄었고 곧바로 내 데일리백이 되었다. 머지않아 두가지가 계속 거슬렸는데, 아내의 불만족과 수납력의 부족함이었다. 듬직한편은 아닌 내 등위에서도 옹졸해보이는 크기와 네온옐로의 색상은 아내의 표현을 빌려 ‘성적 지향성을 여러갈래로 추측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매우 얇은 소재와 좁은 수납공간으로 인해 업무용 유니폼과 작은 파우치 하나정도면 공간이 거의 꽉 차고, 무엇보다 외관도 삐죽빼죽 못난 모습이 되었다.
프로봇짐러인 나에겐 부족하다고 느껴졌지만 일단 다른 대안이 없기에 거의 매일을 함께했다. 동시에 다른 백팩을 찾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당연한 <30년 뒤의 내가 메어도 멋지게 잘 어울리는> 가방을 찾아헤멨다. 너무 등하교용 책가방같은 느낌은 없었으면 했다. 반대로 너무 직장인용의 정갈한 느낌도 원치 않았다. 정직하게 각이 잡혀있는 것 보다는 부드럽게 무너지는 형태감이었으면 좋겠다. 재질은 얇게 피할되어 무게가 최소화된 가죽이거나 캔버스이지만 지나치게 빳빳하지 않은 소재감을 원했다.
어렵지 않은 조건이라고 생각한 내가 귀여울치만큼 딱 맞는 가방이 눈에 띄지 않았다. 특히 캔버스와 가죽이면서 흐물거리는 질감이 흔치 않았다. 여러 브랜드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온라인과 인스타그램도 여러 방면으로 찾아봤지만, 꽤나 눈에 띄는 제품들은 있어도 마음에 꼭 차는 제품이 있지는 않았다.
그나마 눈에 들어왔던 제품들을 메어보며, 재질에 대한 폭을 더 넓혀보기로했다. 원하는 형태감, 흐물거리는 모습의 가방들은 주로 나일론 재질에서 많이 보였는데, 나일론은 ‘오래 메었을때 경년변화가 멋스럽지 않은 재질’이라는 생각때문에 마음이 쉽사리 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라다의 나일론 가방을 메어보며, 원단에 큰 공을 들이고 그 원단으로 유명한 제조사의 가방은 시도해봄직 하겠구나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재질의 폭을 조금 넓혀보니 한 브랜드가 더 눈에 들어왔는데, 일본의 포터[Porter]였다. 한국에서 유명한 탱커[Tanker] 시리즈를 포함해서 꽤나 여러 패밀리의 제품군을 갖고 있었고, 거의 대부분의 패밀리가 백팩을 한 가지 이상씩 출시하고 있었다. 이제 한국에도 정식매장을 꽤나 여러개 가지고 있으니 한 곳에 들러 시착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어느 휴무일의 하루, 잠실 롯데타워몰에 최근 오픈한 지점을 방문해보았다.
일본의 포터 매장을 들른 것처럼 꽤 아담한 매장이었지만, 제품들을 여럿 전시하기위한 구조물과 여러 기물, 직원들의 유니폼까지 브랜드 감도를 통일하기 위한 노력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특히나 직원들의 접객 능력과 태도가 당일 구매를 마음먹은 이유의 20%이상은 될 정도로 훌륭했는데, 많지 않은 스태프가 꽤 많은 방문객을 적절한 수준의 친절도와 고른 관심으로 차분히 응대하는 모습이었다. 그중 한 스태프에게 내 고민과 추구하는 제품의 형태를 설명하고나니 나에게 제일먼저 추천한 제품들은 역시 탱커라인의 백팩과, 그리고 더블 팩 데이팩 라지[Double pack daypack L]였다. 더블 팩 데이팩 라지(줄여서 더블팩)은 탱커와 마찬가지로 홈페이지나 사진검색에서 눈여겨보았던 제품 중 하나였는데, 더 깊게 알아보지 않았던건 사진에서 느껴지는 부피감이 꽤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메었을때의 비례감, 처지는 재질들의 특성으로 그리 커보이지 않았다. 기분 좋게 응대해주시던 점원분은 이 가방의 장점중 재질에 대한 특성을 아주 세밀하게 설명해주셨다. 오래 메고 싶은 가방이라는 내 선호도에 비추어, 경년변화의 아름디움과 더불어 중요한것이 내구도였다. 데이팩에 사용된 립스탄원단의 내구성과 생활방수력, 가벼움에 대한 칭찬을 시작으로 어깨패드에 있는 패딩의 편안함을 함께 강조해주셔서 그 부분도 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전시되었던 네이비와 올리브뿐만아니라, 보관장소에있던 블랙색상을 꺼내서 한 자리에서 비교해주셨다. 눈에 더 들어오는 색상은 네이비였지만 보다 캐쥬얼한 느낌이 강했고, 착용에서 포멀과 캐쥬얼의 중간치로 균형잡힌 색상은 블랙이었다. 그렇게 반려백팩이 될 제품을 구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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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그린 색상의 더스트팩에 정갈하게 담아 제공 |
집에돌아와 찬찬히 제품을 살펴보다보니 이 제품만의 특징들이 더 있었다. 먼저 사용된 부자재의 견고함과 고급스러움. 어깨끈을 연결해주는 D링을 포함해서 길이조절버클, 악세사리홀더 등 딱딱한 부자재들은 모두 무광 블랙의 메탈을 사용했다. 오랜시간 사용하기에 더 견고할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재질의 특성상 스냅온 단추를 직접 연결했다면 원단에 부담을 주었을텐데, 별도로 두꺼운 엮임의 자재를 놓아두어 편하게 단추를 뜯어도 제품이 상하지 않게 처리해두었다. 여기에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각 수납공간의 크기들이 아주 맘에 들었다. 반대로 노트북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은 어떠한 패딩장치가 되어있지 않아, 노트북을 수납한다면 별도의 슬리브에 넣은 후 수납하는게 더 안전해보였다.
벌써 거의 매일의 출퇴근길과 한 번의 국내여행을 함께 한 사이가 되었다. 틈틈이 중장기 사용기와 사진들도 덧대보아야겠다.
26년 7월, 잠실 롯데월드몰 내 포터 매장에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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