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함과 안정감의 관계

 직장동료 중 한 친구는 나를 ‘재활’로 불렀다. 그 친구의 목표 중 하나가 철인 3종경기를 나가는 것 이라는 대화 이후 나는 그 친구를 ‘철인’이라고 불렀고, 나는 무슨 운동을 즐겨하냐는 질문에 재활운동이라고 답했던 그 이후부터였다.

 실제로 지난 4개월간 나는 재활의학과를 다니며 재활운동을 지속했다. 일년반 전쯤, 무리한 운동을 하다 왼쪽 어깨에 회전근개염증이라는 질환을 얻고 나서 심한 통증이 반복되었고, 더 이상 주사와 진통제로 순간만을 모면하는게 좋지 않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재활기간내내 건강한 몸에서 얻는 일상의 당연함이 소중해졌고, 운동을 꾸준히해야겠다는, 특히 근력을 차근차근 쌓아나가야겠다는 의지 역시 차근차근 쌓여갔다.

 비교하자면 나는 운동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몸을 부단히 움직이는걸 좋아하는데, 가장 길게 했던 운동은 요가였다. 3년정도 요가원을 다니며 수업을 받았고 몸과 마음의 안정과 유연함을 갖는데 꽤나 도움이됐다. 업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업계일을 10년정도 지속하다보니 운동수업을 꾸준히 참석하는게 쉽지는 않은데, 내 일정에 맞추어 각 수업을 예약하는 요가원의 방식덕분에 꽤나 긴 시간 유지할 수 있었고, 그 루틴에서 오는 안정감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요가는 남성에게는 부족한 유연함을 주는 반면 근력을 쌓기에는 자극이 많은 운동은 아니었다. 꾸준하게 근력을 쌓아나갈 운동을 찾으려는데 내 의지를 꺾는 것은 일정치않은 근무시간이었다. 특정 시간을 잡아두고 루틴으로서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내 약한 의지를 탓하지 않고 내 근무환경을 탓하며 차일 피일 운동의 시작을 미뤄왔었다.

 나는 루틴에서의 안정감이 꽤 중요한, 루틴을 즐기는 사람이다. 계획하지 않은 갑작스런 일들에 의연하지 못한 대신, 평상시의 루틴으로서 빨라지는 심장박동과 높아지는 혈압을 그래도 금방 차분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근무 환경상 정해둔 요일에 운동을 일정하게 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특정한 시간에 일정하게 운동을 하는 시도을 해봤었다. 그렇다보니 그 시간이 매우 이른 아침이거나 혹은 늦은 저녁일 수 밖엔 없어서, 긴 시간 지속하기 어려웠다.

 무언가를 읽거나 보고난 뒤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문득 그 루틴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오후 5시에 퇴근하는 날은 저녁에 이런운동을 하고, 오후1시에 출근하는 날엔 아침에 저런운동을 하는 건 어떨까. 근무시간을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앞뒤로 주변시간의 루틴을 그에 맞추도록 마음먹으면 되는 것 아닐까. 이렇게 마음먹고나니 오히려 이런저런 이유로 지속하지 못했던 운동의 중단들이 핑계때문인것처럼 느껴졌다. 급속도로 내 삶에 안정이란 무게감이 자리잡는 느낌이었다. 그 무게추를 더욱 견고히 하고싶어서, 난생처음 PT를 시작했다. 적지 않은 지출이지만, 80의 나에게 당당하려면 지금부터 혼자서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스스로에게 꾸준하고 일정한 습관을 가르치겠다는 의지가 솟아올랐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만큼을 무언가 동일한 반복으로 채운다면, 그 무엇이든 익숙해지고 당연해져서 그야말로 달인이 될 수 있을거란 믿음이 생겼다.

 일정한 운동이 줄 건강, 그를 넘어선 인생 전반의 안정감에 매우 큰 작용을 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이 내 직업과 내 일에서도 필요할거라는 연결이 지어지는 걸 보니, 생각보다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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