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헤어지는 밤

 당신의 스마트폰과 잠시 헤어져보기. 그것이 stay out of bed club을 함께하기 위한 첫 번째 시작점이라고 믿는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전에는 밖에서나 집에서나 아이폰의 제자리는 항상 내 주머니 속 이었다. 심지어 바지에 주머니가 없는 파자마를 입을때면 가슴팍 작은 주머니에 그 무거운 아이폰을 불편하게 넣어두었고, ‘바지에 주머니를 따로 달까나…’라는 고민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인트로에서 밝혔다시피 침대위까지 항상 따라오는 아이폰은 때때로, 혹은 자주 내 수면을 방해했고, 나는 이 친구를 떼어두는 방법을 고민했다. 다른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아이폰의 설정에는 [스크린 타임]이라는 기능이 있다. 그 안에는 [앱 시간 제한]이라는 기능도 있는데, 나는 이 기능을 적극 사용해보기로했다.


 내가 제일 자주 빠져있는 유투브와 인스타그램을 함께 1시간 제한에 묶어두었고, 한 시간이 지나면 앱은 자동으로 잠금이 걸렸다. 그럼 나에게는 3가지 옵션이 생겨났다. (1)그 속에서 바로 빠져나온다. (2)15분간 연장해서 요것만 마지막으로 본다. (3)오늘 하루는 잠금을 해제하고 맘껏 들여다본다. 모두 예상하겠지만, 나는 2번을 끊임없이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3번 옵션을 선택하고 무장해제되었다. 매일같이 이런 습관이 이어지다보니, ‘반복된 자기실망’이 생겨나버렸다. ‘나를 조종하고 싶어서 이런 기능까지 사용했는데도, 나는 그걸 매일 못지킨다고? 나 자제력에 정말 문제 있는거 아냐?’ 특별히 필요하지도 않은 정보를 거름망없이 흡수하는 그 습관을 떼어내보고싶었지만, 오히려 매일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습관까지 생겨날 판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다음 방법이 내 아이폰의 제자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눈을 뗄 수 없다면, 손을 떼어내야지.

 참고차 밝히자면 나는 결혼한 유부남이다. 그 중에서도 내 방이 따로 없는 유부남. 이전에 살던 집은 거실에 큰 사이즈의 식탁겸 책상을 두고 살았는데, 그 곳에 아이폰 충전기가 항시 있었다. 나는 머리맡의 충전기를 빼내어버리고, 거실의 충전기만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잠에 들어야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아이폰은 식탁 위로, 나는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2년이 다되어가도록 나의 이 습관은 유지되고 있고 이렇게 함께 동참할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고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헤어지는 연인들이 많은 것처럼, 손에서 멀어진 아이폰은 생각보다 쉽게 잊혀지고 나에게 숙면이라는 새 친구를 소개해주었다. 아니, 오래된 친구를 다시 찾아주었다. 잘 지냈니? 너 없이 나의 하루하루는 매일 피곤하고 힘들어졌어. 밤에 식탁에서 헤어진 아이폰은 다음날 아침 우렁찬 알림으로 나를 다시 찾아댔고, 나는 벌떡 일어나 알림을 끄기 위해 거실로 나와야만했다. 자연스레 침대에서 꾸물대며 나오지 않는 시간이 줄어든것이다. 이렇게 조절되는 나의 신체리듬은 생각보다 빠르게 긍정적은 효과들을 주었다. 몸은 산뜻했고, 마음은 가벼웠다. 지나고보면 플라시보 효과가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내 하루의 시간들, 그것도 하루의 끝과 시작을 내가 원하는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를 더 ‘대단한 사람’으로 치켜세워주는 느낌이랄까. 매일을 반복하다보니 오히려 아침에는 알람이 없어도 비슷한 시간대에 먼저 눈을 뜨게 되었고, 깨고 나서 바로 움직이는게 어렵지 않아졌다. 자는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일정해지니, 출근 전 나만의 루틴을 가질 수 도 있었다 (이는 추후 다른글에서 더 상세히 얘기해보아야 겠다).

 그렇게 일년 반 정도 지났을까, 개인적인 사정으로 경기도에 있는 부모님댁으로 잠시 들어오게 되었다. 이전처럼 거실에 놓아둔 아이폰의 알람이 가족 모두를 깨우게 둘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폰의 알람은 꺼두고 따로 아날로그 알람 시계를 사볼까? 아님 문 앞에 작은 협탁을 두고 아이폰을 꺼내둘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가지고 있는 다른 물건을 활용해보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