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될 안경.
종종 안경이 갖고싶었다. 어릴때부터 시력이 좋았고 서른다섯인 지금도 1.0안팍의 시력을 유지하는 나에겐 기능적으로는 전혀 쓸모없는 물건일테지만, 없는 누나가 갖고싶었던 것처럼 필요와 무관하게 그냥 ‘가질 일이 없으니까 왠지 모르게 가져보고 싶은 물건‘이었다. 돈의 씀씀이가 용도에 더 맞춰진 우리 부모님 세대들에겐 당연하게도, 내게 안경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말그대로 씨알도 안먹히는 얘기. 나도 내 스스로를 설득할 이유조차 없었기에, 안경에 대한 나의 욕구는 가볍고 또 쉽게 잊혀졌다.
나의 친형은 지금은 라섹 수술 후 맨눈으로 다니지만, 삼십대 초반까지는 항시 안경을 썼었다. 어디서 비싸다는 안경, 유명하다는 안경을 사올때면 나는 ‘그 돈으로 살 수 있을 예쁜게 차고넘치는데 왜 하필 안경이람…‘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안경에 더 큰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건 아마도, 남자가 할 수 있는 악세사리가 많지 않다는 일종의 깨달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일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별나고 싶지 않은 남자를 위한 악세사리‘가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목걸이나 반지, 혹은 피어싱이나 귀걸이를 악세사리로서 걸쳐본 적이 없었다.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했고, 그 정도까지 패션과 개성의 일부분으로서 보여주려는 남자는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론 외모에 관심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었다. 내 외모적 지향점을 굳이 정의하자면, 자연스러움, 꾸밈없음. 우아함 정도로 말하고싶기에 쥬얼리나 악세사리를 착용하는게 나에겐 늘 과하다는 인상이었고, 그나마 팔찌와 시계정도가 내가 관심을 갖는 최대치였다. 이십대에는 끈팔찌, 소원팔찌에 꽂혀있었던 적도 있고 여러 패션시계를 착용했던적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애플워치라는 물건이 생긴 이후부터는 항시 워치만이 내 유일한 악세사리였다. 그래서 결혼반지가 생긴게 내심 기쁘기도 했다. 결혼반지를 유별난 꾸밈으로 보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리고 우연찮은 계기로 안경을 한쌍 갖게되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는 안과관련 건강비용을 지원하는 복지제도가 있는데, 약간의 시력교정만 받더라도 안경구매 역시 안과관련 복지혜택으로 소급적용을 받을 수 있다. 가족도 그 혜택의 대상이기에 원래 안경을 쓰는 아내가 보고싶어했던 모델을 찾아보러 을지로의 한 안경원에 가게되었고, 그 곳에서 이 친구를 만났다.
나는 코가 다른 이목구비에 비해 크다. 미관적으로 높다, 예쁘다의 자랑거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비율상 더 크다. 과거 재미삼아 써보았던 대부분의 안경들은 내 얼굴에 얹어지면 가짜 안경에 가짜코와 수염이 달린 코주부안경처럼 둥둥 떠있는 모습이었고 그래서 안경이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라 생각해왔다. 헌데 이 안경은 눈에 띄는 장식이 없고 안경알도 작다. 안경테는 얇고 단순하며, 별도로 덧대어진 코받침이 따로 있지 않고 말안장 모양처럼 생긴 브릿지에 의지하여 착용된다. 그래서 내 얼굴에서도 코에 붙어진 어색한 모습이 아닌, 십년은 넘게 써온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특히 빈티지한 실버 색상이 주는 차가움이 마음에 들었는데, 박해일배우가 연기한 은교의 교수님이 생각나는, 딱딱하지만 지적인 느낌을 주는 질감과 색감이다. 그런 느낌을 나만 받지는 않았는지,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 이 안경을 착용하고 나갔을 때, 한 친구가 ‘교수님 같이 하고 나왔네?’라는 코멘트를 했다. 칭찬인지 농담인지 아리송하지만, 내가 갖고싶었던 인상을 주었다는데에 남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상담을 도와줬던 안경사분은 피팅에도 꽤나 공을 들여주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좌/우 다리의 꺾인 부분을 다르게 조절하면서 내 얼굴에 맞추어주었고, 덕분에 내 얼굴이 꽤나 비대칭이라는 반갑지 않은 사실도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 피팅 과정에서 생각했다. 앞으로도 내 얼굴은 노화의 과정속에서 남은 세월동안 더 많이 변할텐데. 이 안경테도 나와 오래 함께한다면 그 변화에 맞추어서 또 피팅을 해야되겠구나. 그리고 언젠가 돋보기나 노안교정이 필요하다면 렌즈를 교체하게 될 날도 오겠구나. 그래도 그 세월들을 잘 버텨주고 30년이 넘도록 함께해줄 것 같은 든든함이 느껴지는 물건이다. 그럴 나날들이 상상되어서일까, 꺼내어 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멀지 않은 미래에, 애플워치처럼 지금의 안경을 대체할 착용형 디바이스가 보편화 될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악세사리로서의 안경은 또 다른 모습을 갖출 수 있겠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안경 역시 같은 역할로서 사랑받지 않을까? 그래서, 다른 모양의 안경들도 더 갖고 싶어졌다. 30년간 채워갈 나의 옷장의 크기는 최대한 작게 유지 할 예정이기에, 부피가 작은 이런 악세사리들이 다양하다면 꺼내어 입을때의 떠오를 추억도 더 많아질테지. 앞으로 함께할 시간들과 쌓아갈 행복함이 기대된다.
나의 친형은 지금은 라섹 수술 후 맨눈으로 다니지만, 삼십대 초반까지는 항시 안경을 썼었다. 어디서 비싸다는 안경, 유명하다는 안경을 사올때면 나는 ‘그 돈으로 살 수 있을 예쁜게 차고넘치는데 왜 하필 안경이람…‘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안경에 더 큰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건 아마도, 남자가 할 수 있는 악세사리가 많지 않다는 일종의 깨달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일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별나고 싶지 않은 남자를 위한 악세사리‘가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목걸이나 반지, 혹은 피어싱이나 귀걸이를 악세사리로서 걸쳐본 적이 없었다.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했고, 그 정도까지 패션과 개성의 일부분으로서 보여주려는 남자는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론 외모에 관심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었다. 내 외모적 지향점을 굳이 정의하자면, 자연스러움, 꾸밈없음. 우아함 정도로 말하고싶기에 쥬얼리나 악세사리를 착용하는게 나에겐 늘 과하다는 인상이었고, 그나마 팔찌와 시계정도가 내가 관심을 갖는 최대치였다. 이십대에는 끈팔찌, 소원팔찌에 꽂혀있었던 적도 있고 여러 패션시계를 착용했던적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애플워치라는 물건이 생긴 이후부터는 항시 워치만이 내 유일한 악세사리였다. 그래서 결혼반지가 생긴게 내심 기쁘기도 했다. 결혼반지를 유별난 꾸밈으로 보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리고 우연찮은 계기로 안경을 한쌍 갖게되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는 안과관련 건강비용을 지원하는 복지제도가 있는데, 약간의 시력교정만 받더라도 안경구매 역시 안과관련 복지혜택으로 소급적용을 받을 수 있다. 가족도 그 혜택의 대상이기에 원래 안경을 쓰는 아내가 보고싶어했던 모델을 찾아보러 을지로의 한 안경원에 가게되었고, 그 곳에서 이 친구를 만났다.
금자안경 KV-49 ATS (Kaneko Optical kaneko Vintage-49 Antique Silver)
43ㅁ24-148 (안구 가로 43, 브릿지24, 다리길이148mm)
나는 코가 다른 이목구비에 비해 크다. 미관적으로 높다, 예쁘다의 자랑거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비율상 더 크다. 과거 재미삼아 써보았던 대부분의 안경들은 내 얼굴에 얹어지면 가짜 안경에 가짜코와 수염이 달린 코주부안경처럼 둥둥 떠있는 모습이었고 그래서 안경이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라 생각해왔다. 헌데 이 안경은 눈에 띄는 장식이 없고 안경알도 작다. 안경테는 얇고 단순하며, 별도로 덧대어진 코받침이 따로 있지 않고 말안장 모양처럼 생긴 브릿지에 의지하여 착용된다. 그래서 내 얼굴에서도 코에 붙어진 어색한 모습이 아닌, 십년은 넘게 써온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특히 빈티지한 실버 색상이 주는 차가움이 마음에 들었는데, 박해일배우가 연기한 은교의 교수님이 생각나는, 딱딱하지만 지적인 느낌을 주는 질감과 색감이다. 그런 느낌을 나만 받지는 않았는지,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 이 안경을 착용하고 나갔을 때, 한 친구가 ‘교수님 같이 하고 나왔네?’라는 코멘트를 했다. 칭찬인지 농담인지 아리송하지만, 내가 갖고싶었던 인상을 주었다는데에 남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상담을 도와줬던 안경사분은 피팅에도 꽤나 공을 들여주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좌/우 다리의 꺾인 부분을 다르게 조절하면서 내 얼굴에 맞추어주었고, 덕분에 내 얼굴이 꽤나 비대칭이라는 반갑지 않은 사실도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 피팅 과정에서 생각했다. 앞으로도 내 얼굴은 노화의 과정속에서 남은 세월동안 더 많이 변할텐데. 이 안경테도 나와 오래 함께한다면 그 변화에 맞추어서 또 피팅을 해야되겠구나. 그리고 언젠가 돋보기나 노안교정이 필요하다면 렌즈를 교체하게 될 날도 오겠구나. 그래도 그 세월들을 잘 버텨주고 30년이 넘도록 함께해줄 것 같은 든든함이 느껴지는 물건이다. 그럴 나날들이 상상되어서일까, 꺼내어 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멀지 않은 미래에, 애플워치처럼 지금의 안경을 대체할 착용형 디바이스가 보편화 될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악세사리로서의 안경은 또 다른 모습을 갖출 수 있겠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안경 역시 같은 역할로서 사랑받지 않을까? 그래서, 다른 모양의 안경들도 더 갖고 싶어졌다. 30년간 채워갈 나의 옷장의 크기는 최대한 작게 유지 할 예정이기에, 부피가 작은 이런 악세사리들이 다양하다면 꺼내어 입을때의 떠오를 추억도 더 많아질테지. 앞으로 함께할 시간들과 쌓아갈 행복함이 기대된다.




